우리의 삶은 한편의 영화, 주인공은 틀림없는 나. 그러나 주인공도, 그 주변의 인물도 이 삶이 희극인지 비극인지는 내내 알 길이 없습니다. 어쩌면 삶은 그렇게 두 갈래로 처음부터 결정될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.
"그래도 내 삶은 온전하다. 나는 잘 살고 있어."
어느 날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질 존재라는 그 지극하고 당연한 이치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. 깨달은 그 순간에는 삶이 허무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스쳐가는 조연, 엑스트라, 그 무수한 타인이 이 세상의 애잔한 주인공으로 다가왔습니다. 어디 사람뿐인가요 가을밤 조곤조곤 소리내는 귀뚜라미, 가을바람 힘 없이 떨어지는 낙엽, 짓궂은 냄새를 퍼트리는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사람보다 못할 리 없는 세상의 주인공입니다. |